글을 읽기에 앞서 bgm을 켜고 읽는다면 좋을 수도 있습니다.
-----------------------------------------------------------------------------------------------------------------------------------------------------------------
어느 날 한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너는 하루 죙일 게임만 하는 것 같은데 여행 같은 거 다니는 건 안 좋아하냐?"라고.
이 질문의 대답에 나는 확실히 "여행도 좋아한다."라고 대답 했다. 왜냐하면 아주 어릴 적부터 여행을 좋아하는 부모님을 따라다녔기에 국내 여행도 이곳저곳 많이 가봤고, 머리가 꽤 굵은 이후엔 해외여행도 어느 정도 가봤기 때문에 여행의 즐거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나는 여행보다는 게임을 더 좋아한다. 사실 게임은 내가 능력이 된다면 게임으로 먹고살고 싶다,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푹 빠져있는 취미이고, 여행은 그보단 좀 덜하다. 그래서 지금도 계기(친구나 가족과 함께하는)가 없으면 여행을 가는 것보단 게임을 하는 게 더 좋다.
게임과 여행은 완벽하게 상반된 관계이기에 게임을 하면 여행을 못 다닌다는 생각이 있었다. 게임을 다룬 한 만화에서 어떤 이야기를 볼 때까진 확실히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 만화에서 나온 이야기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아파서 병실에만 누워 있어야 했던 누나의 부탁을 듣는 동생의 이야기였다.
"누나는 노트북으로 여행기나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아마 현실에서는 얻을 수 없는 충족감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그런 누나가 내게 처음으로 부탁을 했다. 나에게 보여준 건 어느 게임의 사진들이었다."
위의 이야기를 보고 내가 가지고 있던 게임과 여행이 상반되어 있다는 편견이 깨졌다. 꼭 현실에서만 걷고, 보는 것만이 여행일까? 굳이 현실이 아니더라도, 가상의 세계라도 매력적인 세계가 있는 게임이 있다면, 그 게임을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플레이어나 NPC)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여행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게 바로 이 글을 쓰게 된 동기가 되었다. 현실에서도 좋은 여행기를 보다 보면 평소 관심이 없던 장소여도 어느새 그 여행기에 매료되어 직접 그곳을 여행하고 싶어지듯이, 평소 게임에 대해 관심이 없고 잘 모르더라도 그저 현실과 같은 일반적인 여행기로 즐길 수 있는, 내 글로 하여금 그 세계를 직접 탐방하고 경험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만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런 욕망이 생긴 후 실제로 내가 여행기를 쓸만한 게임을 탐색하는 것은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이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탄탄한 세계관과 '여행' 할만한 매력있는 세계를 가지고 있는 게임을 알고 있었기에 별 고민 없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여행기를 쓸 주체로 선택했다.
반면에 아주 쉬웠던 게임 선택과는 달리 첫 글로 쓸만한 '지역'을 선택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그도 그럴게 올해로 14년이나 된 게임이라 대륙 단위가 몇 개에 행성 단위도 3개 정도 되기 때문이었다. 이 중에서 이 게임을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그 지역의 아름다움을 공감할만한 지역을 찾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며칠간의 고심 끝에 누가 봐도 예쁘고, 이 글을 읽을 독자들이 쉬이 공감할 수 있는 동양풍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판다리아라는 대륙. 개중에서도 현실의 판다를 모티브로 한 수인 종족인 "판다렌"이 첫 모험을 시작하는 섬인 "유랑도"를 첫 여행지로 선택했다.
그래서 이 글은 모험을 떠나는 한 이름 없는 판다렌의 시점으로 유랑도를 여행하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여행기가 될 것이다.
-------------------------------------------------------------------------------------------------------------------------------------------
<여행기의 대상이 될 유랑도의 지도>
<"안녕!" 유랑도 여행을 떠나게 된 여행기의 주인공이자 필자인 판다렌의 셀카 한 장.>
<여행의 시작지인 "샹 시 수련장"의 전경.>
유랑도의 이야기는 설정상 열정적인 판다렌 청년들이 훈련과 교육을 거치며 대련을 통해 권법의 달인으로 성장하던 중, 유랑도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판다렌 모험가들 중 가장 미래가 촉망되는 한 판다렌 모험가가 유저의 캐릭터가 되어 모험을 시작한다. 이 때문에 NPC가 아닌 모든 유저 판다렌은 "샹 시 수련장"에서 모험을 시작한다.
곳곳에 수련 기구(샌드백)등이 즐비한게 현실의 격투기 수련장과 비슷하다. 설정답게 많은 판다렌들이 격투술을 익히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주인공 판다렌도 이 수련장에서 기본적인 전투를 배우고 본격적인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주인공과의 대련에서 진 많은 판다렌 수련생들이 패배에 분노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자신을 이긴 상대인 주인공을 인정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샹 시 수련장의 대문을 벗어나기 직전에 바라본 "다섯 새벽 사원"의 원경.>
기본적인 것들을 배우고 샹 시 수련장을 벗어나면 이 섬의 중앙이자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다섯 새벽 사원"이 보인다.
하지만 다섯 새벽 사원에 가기 전에 이야기의 흐름대로 우선 자그마한 마을에 일어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우 쏭 마을"부터 들르게 된다.
<"우 쏭 마을"의 전경. 원숭이 수인인 "호젠"에게 침략을 당하는 모습이다.>
<험상궂게 생긴 원숭이 수인인 호젠. 그 와중에 마을의 맥주를 도둑질했다.>
모험을 시작한 뒤 첫 번째로 접하는 마을인 우 쏭 마을이다.
넉넉히 거리를 벌린 건물들과, 나지막한 건물들로 보건대 시골의 작은 마을을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마을의 상태는 처참하기 그지없다.
주민들도 몇 없고,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건물도 없는데, 왜냐하면 원숭이 수인인 "호젠"이 마을을 침략해 약탈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이 말하길, 호젠은 보통 판다렌을 귀찮게 굴지 않는다고 언급 하는데 나쁜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을 받았는지 마을의 보급품을 훔치려 든다.
주인공 판다렌은 수련장에서 배웠던 격투술을 이용해 호젠 도둑들을 쫓아내주고, 마을 주민들의 감사를 받게 된다.
마을의 일을 다 끝낸 주인공은 서쪽에 있는 동굴에 기거하는 불의 정령이 날뛴다는 소문을 듣고 정령을 안정시키기 위해 동굴로 향하게 된다.
<동굴로 향하는 길에 나무다리를 건너며 찍은 쌍둥이 폭포>
스토리와는 전혀 관련 없는 그저 지나가는 풍경일 뿐이지만 비중 있는 장소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풍경을 보인다.
지나가는 풍경에도 이런 디테일이 있기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여행하기에 매력적인 게임이 아닐까 싶다.
<내면의 빛 동굴 내부>
여러 판다렌들의 내면의 수련을 위해 쓰였던 비밀스러운 동굴이다.
동굴을 어느 정도 인위적으로 다듬어 종교적인 장소로 사용하는 게 마치 우리나라의 석굴암을 보는 듯했다. 한국의 석굴암 말고도 세계 곳곳에서 동굴과 종교가 합쳐진 장소가 많이 있는데 동굴과 종교는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품게 하는 장소였다.
동굴과 종교의 결합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핍박받던 종교가 숨어서 종교활동을 하기 위해 동굴 안에 사원을 만들었다는 설이 있고, 서적이나 종교적 기구들의 보존과 관리가 완벽하지 않던 시절이라 최대한 서늘한 동굴 안에서 그러한 종교적 서적, 기구들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이 있고, 종교적 성취를 이루기 위해 일부러 고행을 하려고 은거지로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이를 반증하듯 주인공도 여러 가지 시험과 불길을 건너는 등의 고행을 거쳐서 동굴의 가장 안쪽까지 들어가 불의 정령인 "후오"를 대면하고, 진정시켜 다섯 새벽 사원으로 데려가게 된다.
<다섯 새벽 사원 내부의 모습. 거대한 판다렌 불상이 인상깊다.>
마침내 도착한 다섯 새벽 사원은 전형적인 동양식 사원의 모습을 보인다.
거대한 불상이나 곳곳에 놓인 향. 사원 내부를 돌아다니는 수도승 등은 마치 현실의 불교 사찰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섬의 한 중간에 있는 장소 답게, 처음으로 주인공이 평온하던 섬에 대한 위협을 인식하게 되며, 호젠과 정령이 왜 난폭해졌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주인공은 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곳곳에 퍼져있는 정령들을 모아 다섯 새벽 사원으로 데리고 오라는 임무를 받게 되고, 물, 땅, 바람의 정령을 데리러 섬 곳곳을 여행하게 된다.
이후 가까운 곳에 있는 물의 정령인 "슈"를 찾으러 노래하는 웅덩이로 향하게 된다.
<노래하는 웅덩이. 물 위에서 수련하는 판다렌과 학과 소금쟁이가 넘쳐난다.>
<일정한 아이템을 구해다 주면 격파 시범을 보여주는 NPC를 구경하는 마을 주민들.>
작은 웅덩이들이 군집해 있는 지형에도 역시 마을은 있었다. 웅덩이 위에 수상가옥이 몇 채 있는 게 마치 동남아의 수상가옥을 연상시켰다.
현실에서 수상가옥은 무더위와 해충을 피하기 위해 짓는 건축 양식이라고 하는데, 그에 걸맞게 소금쟁이나 여러 벌레들이 날아다니는 것까지 구현해뒀다. 역시 이런 세세한 점이 마음에 든다. 만화 "란마"에 나온 웅덩이처럼 특정 웅덩이는 빠지면 개구리나 스컹크 등으로 변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자연에 순응하고, 지역의 여러 동식물들과 공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학이 돌아다니는 웅덩이 위에서 수련을 하는 판다렌들이 많았다. 덩치 큰 판다들이 균형대 위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것이 우스꽝스러웠다.
노래하는 웅덩이에서도 일정한 시험을 통과해서 물의 정령인 "슈"를 대면할 자격을 얻어야 한다.
물 위의 균형대에서 균형을 맞춰 건너서 종까지 도달해 종을 울리고, 정령과 친한 노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호수 바닥에서 진주를 구하는 등의 임무를 마치면 슈를 대면할 수 있다. 마을과 동떨어진 웅덩이에서 혼자 심심했던 정령인 슈와 놀아주면 비로소 슈를 데리고 갈 수 있게 된다.
아무튼 슈를 데려가는데 성공했다면 다음 정령인 대지의 정령, "우고우"를 만나러 다이로 농장으로 향할 수 있다.
<노래하는 웅덩이 에서 다이로 농장으로 향하는 길. 친절하게도 배달부가 수레를 태워준다.>
<평온한 농장인 다이로 농장. 겉보기엔 평화로워 보이지만 역시 나름의 고민이 있는 동네다.>
<대지의 정령 "우고우". 어이없게도 정령이 농장 한복판에서 졸고 있다!>
노래하는 웅덩이에서 농장에 배달을 보내는 한 배달부의 부탁을 들어준 뒤, 감사 인사로 농장까지 수레를 태워 주겠다는 배달부의 말을 듣고 수레를 타고 조금만 남쪽으로 내려오면, 여러 가지 작물들을 기르는 농장인 다이로 농장을 마주하게 된다.
지형의 고저차가 심했던 앞선 지역들과는 다르게 평평한 평야 위에 농장을 차리고, 밭을 일구고 있는 판다렌들이 있었다.
여기서는 대지의 정령인 "우고우"를 찾을 수 있는데, 만나기 까다로웠던 앞 두 정령과는 다르게 느긋한 성격인 대지의 정령 우고우는 대놓고 농장 한복판에서 졸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주인공이 아무리 깨워보려 해도 깨지 않는데, 농장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줘야 우고우를 깨울 수 있는 징 채를 얻게 된다.
농장 사람들의 부탁인즉슨, 밭에 출몰해 농작물을 해치는 토끼 같은 괴수인 "토깽"들을 없애달라는 게 그 내용이다.
<판다렌의 주식은 대체 뭘까? 넓은 밭에 당근과 호박과 순무, 그리고 채소들을 노리는 토깽들이 즐비하다.>
<다섯 새벽 사원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키한 양조장"의 모습. 판다렌은 맥주를 아주 좋아한다.>
다이로 농장에서 바로 고개를 돌려 남쪽을 바라보면 층층밭이라는 이름을 가진 거대한 밭을 마주하게 된다.
현실에서도 그렇지만 얼핏 평화로워 보이는 유랑도 에서도 아무런 문제도 없는 동네는 없다. 다이로 농장에도 골칫거리는 있었으니 바로 농장을 해치는 괴수들인 토깽이 골칫덩이였다.
한시 빨리 정령을 데려가 유랑도 전체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지만, 불쌍한 농사꾼들을 돕는 셈 치고 농장에 출몰한 토깽들을 싹 다 몰아내고 보상으로 징 채를 받고 우고우를 깨워서 다섯 새벽 사원으로 돌아가게 된다.
<불, 물, 대지의 정령의 힘으로 다섯 새벽 사원의 꼭대기까지 오르는 주인공의 모습. 아침 바람 마을로 가는 길은 사원의 꼭대기에 있었다.>
다섯 새벽 사원에 돌아온 주인공은 사원에 물과 대지의 정령을 데려다 놓고 마지막 정령이자 바람의 정령이 있는 마을인 "아침 바람 마을"로 향하게 된다.
<아침 바람 마을의 전경. 게임 안에선 바람 부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마을에 도착하고 보니 배가 고팠다. 먹을 것도 여행의 큰 요소 중 하나다. 그래서 아침 바람 마을의 여관에 들러 먹을 것을 챙겨 먹기로 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참맛을 톡톡히 본 어리숙한 주인공. 역시 여행엔 많은 돈이 필요하다.>
모험을 막 시작한 초보 모험가에게 맛있는 음식을 살만한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당장 게임내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현실에서라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안의 음식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게임을 논픽션으로 써낸 좋은 예시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공식 요리책이다. 이 글을 쓰는데 큰 계기가 되기도 했다.>
<분명 요리책에 나와 있는 음식은 이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맛은 있었다.>
여러 가지 메뉴가 있었지만(거미 다리 튀김 같은 괴악한 음식도 있다.) 유랑도에 잘 어울리는 판다렌 보양식인 "양념 꽃 수프"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앙념 꽃 수프의 재료인 "고대 판다렌 향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괴악한 향신료들(펜넬 씨, 카르다몸 가루 같은 건 정말 처음 들어본 향신료였다.) 때문에 마트를 몇 개를 돌아다녔는지 모르겠다. 재료를 구하기 위해 생고생을 하다 보니 게임 안에서 음식이 비싼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
카모마일 티백을 육수에 우려내서 그런가 국물에서 꽃 향이 진하게 났다. 어릴 적 중국에 가서 먹었던 국의 향이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꽤나 맛있었다. 독특한 경험이었다.
배도 채웠으니 다시 여행을 나설 시간이다. 마을 주민들에게 정령의 위치를 수소문해보니 "다펑"은 용 "자오런" 때문에 겁을 먹어 마을 남쪽에 있는 "속삭임의 방"에 숨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람의 정령 다펑이 숨어있다는 속삭임의 방 입구. 휘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한 치 앞도 안 보인다.>
속삭임의 방에 도착했지만 겁이 난 다펑이 쳐놓은 회오리바람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결국 다펑을 데려가려면 자오런을 소탕해서 다펑의 겁을 없애야만 했다.
<정령을 괴롭히는 못된 용 자오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는 동양의 용 보다는 서양의 드래곤이 훨씬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유랑도에서는 동양풍의 배경 답게 용도 동양적인 용이 나온다.
역시 용이기에 주인공 혼자서는 소탕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동료 판다렌들과 폭죽을 이용해 소탕하게 된다.
자오런을 소탕하는데 성공하면 다펑이 바람을 거두고 속삭임의 방 안에서 나오게 된다. 마침내 네 정령을 모두 모아서 유랑도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전에 샹 시 사부의 부름을 받아 "지팡이의 숲"으로 이동하게 된다.
<지팡이의 숲 전경. 이 숲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지팡이의 숲에 도착한 주인공은 샹 시 사부에게 숲에 얽힌 전설을 듣게 된다.
이 숲은 사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숲이 아니라 판다렌은 늙어 죽을 때쯤 자신이 지니던 지팡이를 땅에 꽂아놓고 떠나는 풍습이 있는데, 그 땅에 꽂힌 지팡이에서 나무가 자라나 숲을 이룬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주인공에겐 준비해놓은 열기구를 타고 섬과 대화를 하라고 말하고, 자신도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며 지팡이를 숲에 꽂고 떠나게 된다.
<전설을 말해주는 샹 시 사부.>
<전설을 다 듣고나면 샹 시 사부는 자신의 지팡이를 꽂고 홀연히 사라진다.>
지팡이의 숲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샹 시 사부가 떠나는 모습까지 봤다면, 준비 해놨던 열기구를 타고 섬과 대화하러 간다.
사실 이때까지도 어떻게 섬과 대화를 한다는 건지 의구심을 품고 있었지만, 열기구를 타고 섬의 전경을 보는 순간 모든 궁금증이 풀리게 된다.
<드디어 밝혀진 유랑도의 정체. 유랑도는 섬을 등에 지고 다닐만큼 거대한 거북이인 "셴진 수" 였다!>
정령을 모두 모아온 주인공에게 섬에 얽힌 이야기를 셴진 수가 들려주는데, 셴진 수는 사실 "판다리아"라는 대륙에서 태어난 작은 거북이 였다.
어느 날 작은 거북이 였던 셴진 수와 판다리아를 떠나 모험을 하고 싶었던 판다렌인 "리우 랑"이 만나는데, 그때부터 둘은 함께 아제로스 곳곳을 여행하게 된다. 셴진 수는 처음엔 리우 랑을 겨우 등에 태울만한 크기였지만, 몇십 년의 세월을 보내며 지금의 크기와 같이 점점 커져갔다.
몇 번의 여행을 거치며 리우 랑은 점점 늙어갔다. 하지만 판다렌보다 오래 사는 거북이었던 셴진 수는 멀쩡했다. 결국 리우 랑은 노화로 죽기 직전에 모험을 함께 했던 친구가 제일 잘 보이는, 아무것도 없던 당시의 지팡이의 숲에 자신의 지팡이를 꽂고 죽었으며,(이 지팡이는 위에 있는 지팡이의 숲 사진에서 하얀 나뭇잎이 피어있는 나무로 자라났다.) 친구였던 리우 랑이 세상을 떠나 외로웠던 셴진 수는 다시 판다리아에 들러 판다렌을 몇 명 태우고 바다를 떠돌았다고 한다. 그것이 유랑도의 유래였다.
섬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 셴진 수는, 최근 자신의 옆구리에 가시가 박혀 균형을 잃어 점점 더 헤엄치기 힘들어지니 최대한 빠르게 옆구리에 박힌 가시를 빼달라고 말한다.
주인공 일행은 유랑도를 지키기 위해 가시의 정체를 확인하고 처리하러 옆구리쪽인 페이우 숲으로 향한다...
<가시의 정체. 가시의 정체는 뜬금없게도 다른 대륙에서 날아온 "얼라이언스"라는 연합의 거대 비행선이 난파한 것이었다.>
유랑도 바깥의 세상에선 "호드"와 "얼라이언스"라는, 서로 이름만 들어도 싸움이 나는 두 연합이 전쟁 중이었으며, 마침 유랑도 근처에서 벌어지던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싸움 도중 얼라이언스 측의 비행선이 난파해 유랑도에 박히게 된 것이었다.
주인공은 페이우 숲에 난파되어서도 싸우는 두 연합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며 비행선을 유랑도에서 빼낼 방법을 찾게 된다.
그건 바로 폭약을 사용해서 비행선을 빼내는 효과적이지만 매우 위험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폭약을 사용해 비행선을 뽑아내는데까진 성공했다. 허나....>
<폭발의 여파로 등껍질이 깨져 피가 흐르는 셴진 수.>
자칫 잘못하면 섬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 주인공은 두 연합에게 도움을 호소하게 되고. 여전히 치고받던 호드와 얼라이언스는 힘을 합쳐 셴진 수를 구하게 된다.
절대 협력하지 않던 두 연합의 협력으로 인해 셴진 수는 빠르게 회복하게 된다.
<셴진 수의 회복을 위해 협력하는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치유사들.>
<결국 모두 회복되어 다시 나무가 자라는 땅으로 바뀌었다!>
<섬이 회복되자마자 다시 대치하여 으르렁대는 두 연합. 중간에서 판다렌이 싸움을 중재하고 있다.>
드디어 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 주인공은 난파한 두 연합을 어떻게 할지 결정 하기 위해 다시 다섯 새벽 사원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다섯 새벽 사원에서 판다렌 스승에게 셴진 수뿐만이 아니라 구름 너머의 많은 땅이 고통받고 있고, 이를 치유하고 해결하기 위해 유랑도를 구원한 주인공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두 연합 중 하나를 골라 유랑도 밖으로 나가 세상을 도우라는 전언을 듣게 된다.
<스승의 말에 따라 하나의 연합을 골라야 하는 주인공.>
이후엔 마음에 드는 연합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물론 두 진영 다 선택하지 않는 선택지도 있다. 하지만 진영을 선택하지 않으면 평생 유랑도에서 나가지 못하는 몸이 된다. 유랑도에 평생 머물지, 아니면 연합 중 하나를 골라 더 넓은 세상을 모험할지, 선택은 유저의 몫이다.
<필자의 취향에 따라 호드를 골라서 섬을 나가는 주인공.>
진영을 고르거나, 고르지 않는 선택을 한다면 유랑도의 이야기는 끝난다.
판다렌 종족의 모험이 시작되는 유랑도에서의 다사다난한 모험은 이렇게 끝이 났다.
대신 아직 아제로스에 남은 지역은 한참 많기에,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작중 주인공의 이동 경로이다. 샹 시 수련장에서 시작하여 다섯 새벽 사원에서 끝이 나게 된다.>
<호드의 대도시인 "오그리마"에 도착한 주인공. 유랑도를 떠났지만 마음은 언제나 그곳에 있을 것이다.>